2024년 4월 2일 화요일

전래동화 곰과 멧돼지의 여행

 

예로부터 지리산에서 몇 백년을 살아온 영물 곰과 멧돼지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곰이 멧돼지보다 나이가 연상이라 곰은 멧돼지를 저동(猪童)이라 부르고, 멧돼지는 곰을 웅형(熊兄)이라 불렀다. 매일 돌던 지리산 산행도 지겨워졌던 이 둘은 어느 날, 폭넓게 팔도유람을 돌자는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산, 들, 강을 넘나들며 경치를 마음껏 보고 즐겼지만 딱 한 곳, 인간들이 사는 마을에 도착했을 때 마을 사람들은 맹수인 이들을 당연히 무서워하면서 내쫓았다. 이에 섭섭했지만 곧 인간들의 심정을 이해한 곰과 멧돼지는 신통술을 부려 인간으로 둔갑한 후 마을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인간으로 감쪽같이 둔갑한 둘은 처음 쫓겨났던 마을에 다시 들렀다가, 어느 처녀에게 물을 얻어먹게 되었다. 그 후 점심도 먹으면서 좀 쉬어갈 겸 어느 주막에 들어간 저동(멧돼지)과 웅형(곰). 그런데 분위기가 흉흉하여 사람들에게 사연을 물어본즉, 마을 뒷산에 천년 묵은 커다란 게가 살고 있는데 이 게가 종종 처녀를 제물로 바치게 하고 그렇지 않으면 마을에 재앙을 내린다는 것, 그리고 저동에게 물을 건네준 처녀가 다음 제물로 바쳐지게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에 분노한 저동과 웅형은 자신들이 그 요물을 처단하겠다고 나섰고, 마을 사람들은 그 요물을 물리쳐주면 저동과 웅형에게 사례를 톡톡히 하겠다고 대답했다.


다음 날, 저동은 장옷을 뒤집어써서 여인으로 위장한 뒤 게가 사는 동굴 앞에 가고, 마을 사람들은 제물이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제사를 지냈다. 곧 게가 나타나자 저동은 순식간에 게를 제압했고, 한바탕 당한 게는 간신히 목숨만 건져서 도망쳤다. 저동이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드디어 요물을 쫓아냈다고 기뻐했지만, 저동과 웅형은 게를 확실하게 처단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들은 기뻐하는 마을 사람들을 뒤로 하고 다시 동굴로 돌아갔다.


동굴을 탐색하던 저동과 웅형은 안쪽의 깊은 연못을 발견하고 이곳에 게가 있을 것이라 판단해, 거북이로 둔갑해 연못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살고 있는 다른 거북이를 발견했는데, 게에 관해 물어보니 그 거북이가 자신은 의원이고 지금 친구인 게가 다쳐서 문병을 간다고 말했다.

저동과 웅형은 자신들도 문병을 가고 싶다며 동행을 요청하고 셋은 게의 은신처에 도착했다. 다 죽어가는 게를 만나게 된 저동과 웅형은 냅다 게를 물고 연못 밖으로 나와, 본래의 모습인 곰과 멧돼지로 돌아왔다. 화들짝 놀란 친구 거북이는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으나 상대는 바로 산의 먹이사슬 최정점에 군림하는 곰과 멧돼지. 당연히 쪽도 못 쓰고 친구를 버려둔 채 도망갔고, 게는 이판사판하는 심정으로 최후의 발악을 해보나 저동과 웅형에게 결국...


얼마 후 마을 사람들은 마을 바깥에 널브러진 게의 잔해를 보고 저동과 웅형이 확실하게 요물을 처단한 것을 알게 되어 무척 고마워했다. 그리고 그 둘에게 무엇을 원하냐고 물어보자, 저동과 웅형은 딱히 원하는 것은 없고 그저 큼지막한 송아지 한 마리만 잡아달라고 한 다음, 마을 사람들에게 무슨 일을 보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거듭 당부를 했다. 사람들이 그들의 부탁대로 송아지 한 마리를 통째로 잡아서 주자, 저동과 웅형은 둔갑술을 해제해서 원모습으로 돌아왔고 사람들이 식겁한 가운데 부지런히 소고기를 먹어치웠다. 그렇게 배를 채운 뒤 둘은 다시 팔도강산 유람의 길을 가러 유유히 마을을 떠났고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을 구해준 영물들에게 감사하면서 작별인사를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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